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순항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친 기둥 가운데 하나를 이젠 치워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Fed는 긴축을 결정하면서도 경제에 충격이 가장 적은 방법을 택하기 위해 고심했다.

Fed는 19~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다음달부터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채 등을 매입해

4조4800억 달러까지 불어난 Fed의 보유 자산을 줄이는 것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미국 경제 실적이 좋았다는 게 오늘의 기본 메시지”라고 말했다.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실업률이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경제가 위기로부터 안전하게 빠져나왔다고 중앙은행은 믿고 있다”고 풀이했다.

Fed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다시 매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자산축소를 할 방침이다.

우선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매달 100억 달러어치를 줄인 뒤 차츰 액수를 늘리기로 했다.

일단은 보유자산 규모가 3조 달러 근처에 이르면 매각작업을 멈출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는 시장이 예상한 대로 현재 수준(1~1.25%)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Fed는 올해 안으로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FOMC 위원들이 향후 기준금리에 대한 의견을 모은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16명 가운데 12명은

올해 안에 적어도 한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로선 12월 금리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시장은 전망했다.

FOMC 위원들은 내년에 3차례 2019년 2차례, 2020년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보유자산 축소는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긴축 효과가 있다. 사실상 금리 상승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 대신 양적 긴축 카드를 빼든 이유는 뭘까.

해석은 여러 갈래다.

무엇보다 2015년 이후 4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양적 완화라는

링거를 떼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금융위기 이전 9000억 달러 규모이던 Fed의 자산 규모는

2008~2013년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거치며 4조5000억 달러까지 부풀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많은 자산을 보유할 필요는 없는 만큼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늘려온

자산을 줄이고 정상화하는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버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로도 분석된다.

중앙은행의 ‘머니 프린팅’으로 막대한 돈이 풀렸지만 물가는 오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과열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금리 인상이라는 무딘 칼을 휘두르면 오히려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양적 긴축을 통해 장기 금리를 끌어 올리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양적 긴축은 장기 금리에,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목표 물가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준이 양적 긴축에 나서려는 것은 주식 시장에서 펀치볼을 치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Fed가 채권 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한 탓에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며 주가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적 긴축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채권 가격 하락) 금리가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식 시장으로 몰리던 투자를 채권 쪽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게다가 물가가 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싸매는 Fed 입장에서 장기 채권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져 물가 상승 압력까지 이어질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정치적 압박도 옐런 Fed 의장이 양적 긴축으로 선회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Fed의 양적 완화 정책 유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치적 공격 대상이 되면서 옐런 의장이 보유자산 축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옐런 의장의 임기가 내년 2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데다

Fed 이사회 구성이 대거 바뀔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자산 축소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적 긴축 발표가 났지만 미국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1.79포인트(0.19%) 오른 2만2412에 장을 마쳤다.

중앙일보  J Report  2017-09-22  B2

뉴욕=심재우 특파원, 박현영·하현옥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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